소백산 삼가야영장

출장과 여타 다른 일 때문에 약 한달간 캠핑을 가지 못했다.
이쯤되면 우리같은 캠핑 중독자들은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원래는 이번 주말도 출장이 잡혀있었는데 작업이 캔슬되는 바람에 여유가 생겼다.
멀어도 한적한 곳으로 가고자 마음먹고 정한 곳은 소백산 국립공원의 삼가야영장.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에 속하나 충청북도에 인접한 지역으로 단양에서 2,30분 더 들어간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야영장이었다.
주변에 단풍나무가 많지는 않았으나 늦가을의 정취는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외에 서너팀만이 캠핑을 하고 있어서 기대했던 한적한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편의시설은 최근에 개보수를 한듯, 깨끗하고도 수준급이었다. 매점도 운영하고 있었다.

삼가야영장은 캠핑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실개천으로 유명하다. 여름철 아이들이 발 담그고 놀기 좋겠다.
계곡물을 끌어온 것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종이배를 접어 띄워놓고 아이들과 놀았는데 금새 젖어버렸다.
비닐코팅된 종이를 준비해올걸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아내의 굴국밥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주변 탐방길에 나섰다.
목적지는 소수서원과 선비촌. 야영장에서 약 14km 쯤 떨어져 있다.

선비촌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면 소수서원과 선비촌 그리고 선비문화원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 소수서원으로 가는 길...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일컬어지는 소수서원은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주변 풍광이 인상적이었다.
그때문인지 단체관광객도 많이 눈에 띄었다.

소수서원 박물관 입구에서는 탁본 체험도 할 수 있다. 재미있었는지 아연이는 세번이나...

소수서원 바로 옆에 위치한 선비촌.
조선시대 이곳에 살았던 선비들의 가옥과 마을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아파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독대. 옛날엔 이렇게나 많은 독이 필요했던 것일까.
실용적 필요성 때문에 마련된 것이지만 예술적으로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목공예 체험을 해보았는데, 실제론 도와주시는 할아버지께서 거의 다 해주셨다...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

이건 어처구니가 있는 맷돌.
맷돌의 손잡이를 순우리말로 '어처구니'라고 한단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관용적 표현의 유래가 재미나다...

선비문화촌까지 둘러보고 저잣거리로 나오니 풍물놀이가 한창이다.

주막에 들러 파전 한장을 청해본다.

텐트로 돌아와 화로대에 불을 지펴본다. 모닥불 피우기 딱 좋은 계절이다.

엄마 아빠가 곧잘 해주던 놀이를 아연이는 이제 동생 윤우에게 해준다.

가족끼리 조용하고 오붓하게 잘 쉬다 온 캠핑이었다.

사진으로 못 다한 이야기들...

  풍기읍내에 들러 유명한 '정도너츠'를 맛보았다. 서울에서 먹는 도너츠에 비해 그렇게 월등하지는 않으나
별미라고는 할 수 있겠다. 생강도너츠가 제일 인기가 높단다.

  아내(산들바람)가 꼼지락 꼼지락 준비해온 음식들이 모두 맛있었다. 프라이드 치킨도 바로 튀겨먹는 맛이 아주 좋았고, 
간장게장은 유명하다는 그 어느곳보다도 뒤지지 않았다. 음식이 눈 앞에 나오면 먹기 바빠 사진찍을 정신줄이 풀려버리는
고질병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영주는 사과로 유명하다고 한다. 곳곳에 사과나무 과수원이 눈에 띄었다.
산들바람이나 나나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보았고, 한그루에 사과가 그렇게도 많이 열리는지도 처음 알았다.
정말 수십개의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사과~사과~ 노래를 부르던 아연이 재촉에 못이겨
결국 한상자 사고 말았는데, 새콤 달콤한 맛이 아주 좋았다. 가뜩이나 캠핑짐만으로도 차는 가득한데,
사과박스까지 챙겨넣느라 테트리스에 꽤 신경을 써야했다.

  토요일 밤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새벽이 되자 폭우처럼 쏟아졌고 간간이 돌풍이 무섭게 휘몰아쳤다.
눈, 비보다 바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실감났다. 지금까지 캠핑 다니면서 가장 거센 바람을 만났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 결국 비바람 속에서 보완공사에 들어갔다. 미싱질 하듯 팩을 다시 박고,  
티에라를 산 이후 처음으로 스트링까지 땡겨 팩을 박았다. 평소엔 8개나 10개 정도 팩다운 하고 마는데
이날은 총 22개의 팩을 열심히 박았다. 집이 홀라당 날아가버리지나 않을까 정말 무섭더라.
삼가야영장 자리는 원래 바람골로도 유명하단다. 바람분다는 예보가 있으면 이곳은 피하시길...

  야영장에서 백미터 쯤 윗쪽으로 농장이 있나본데, 그곳에서 24시간 켜놓는 라디오 소리가 야영장까지 들린다.
낮에는 주변 소음에 묻혀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데, 밤이 되니 무척 크게 느껴졌다.
야생동물이 내려오는 것을 막고자 일부러 틀어놓은 것이라 하는데 소음에 민감한 분들은 귀마개가 필요할 것 같다.
첫날밤은 이 라디오 소리 때문에, 그리도 둘째날 밤은 거센 돌풍 때문에 잠을 설쳤다.
가장 잠을 제대로 못 잔 캠핑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올라오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역시나 막혔다. 문막에서 미련없이 차를 돌려 42번 국도로 갈아탔다.
그렇게 여주를 지나치다 배가 출출해 어느 쌀밥집에 들어갔는데, 아 이집 음식이 딱 기가막혔다.
보통 여주의 쌀밥정식집에 들어가면 가짓수는 제법 많아도 젓가락은 허공에서 놀 때가 많은데,
이집은 요리며 찬 하나하나가 정말 우리 가족 입맛에 무척이나 잘 맞았다.
산들바람과 나는 연신 감탄을 하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앞으로 캠핑갔다 돌아오는 길엔 무조건 이집에
들르기로 했다. 사장님께 인사를 하니 음식 관장은 사모님이 하나하나 직접 하고 인공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고 한다.
상호는 '임금님쌀밥집' 031-632-3646 3번국도변에 위치해있다.


- 2009/10/30~11/1, 올해 열여덟번째 캠핑 (47회차) -
by Bazooka | 2009/11/03 18:14 | 애 착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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