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산 자연휴양림

작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오토캠핑에 입문한 이후 휴양림을 거의 찾지 못했던 터라 자연휴양림이 주는 느낌이 그리웠다.
2003년에 가족캠핑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장비를 제대로 갖춘 오토캠핑 문화가 있는지도 몰랐고
또 오토캠핑장에 대한 정보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연휴양림만 주로 다녔었다.

이후 여러 오토캠핑장들을 다녀보았지만 뭔가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그것은 자연휴양림이 안겨주는, 자연과 숲 속에 푹 파묻히는 그런 느낌에 대한 갈증이었다.

이번 캠핑의 목적지는 용화산 자연휴양림. 우리집에서 100여km 남짓 되는, 거리상으로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곳이다.
러쉬아워 전에 서둘러 출발했던 터라 정체없이 강원도 도계로 넘어올 수 있었다.
춘천의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한적한 길을 기분좋게 달려 도착하니 때마침 비가 내렸다.
야영장을 두어바퀴 둘러보니 참 난감했다. 내가 가져온 어메니티돔을 올리기엔 데크 사이즈가 너무 작았고,
포장공사 도중이라 괜찮아 보이는 사이트 주변으로는 공사용 목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일단 적당해 보이는 데크를 골라 텐트를 올려보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비를 맞으며 억지로 억지로 어메니티돔을 데크위에 올리고 타프를 쳤다. 
대충 세팅을 끝내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캠핑 이력 중 가장 고생하며 힘들게 구축한 사이트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이트 모습을 바라보니 참 가관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젠 친 게 아까워서라도 다른데는 못간다.  

당장의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내는 서둘러 라면을 끓이고 나는 비장의 신무기를 개봉했다.

콥(Cobb) 프리미어 그릴이다. 더치오븐의 무게와 관리가 부담스러웠던 내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 구입하게 되었다.

혼자서 얼렁뚱땅 시도해본 첫 작품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다행히 맛도 괜찮았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거 캠핑장에서 무척이나 해먹고 싶었다.

사이트 구축을 끝내고 로스트 치킨이 익기를 기다리는데 누가 야영장으로 들어온다. 오기로 했던 캠바 회원분인가 싶어 나가보니 먼저 인사를 건네주신다. 어랏?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한 코란라나님 아닌가! 언젠가 필드에서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딱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신기하고 반가웠다. 캠핑 좀 다닌다는 사람 치고 코난라나님의 블로그를 모른다면 간첩 아닐까.

이어 민준아범님, 양배추님, 케빈황님 등등 캠바 맴버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캠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금요일 밤 어울림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로스트 치킨을 다 먹고 난 후 민준아범님이 내어주신 오징어 생구이. 고기만 한 1년 구워보니 이젠 붓질하는 쪽으로 끌린다고 하신다... ^^;;;

민준아범님의 현란한 붓질이 콥 그릴 위에서 춤을 춘다.

입이 행복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양배추님이 들고 오신 뼈다귀 해장국. 잡내가 전혀 배어있지 않은 그윽하고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맛나는 걸 먹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숲 속의 향기는 온 몸을 감싸고... 캠핑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가져온 술은 첫날밤에 모두 소진되었다.

민준아범님과 양배추님은 식도락 동호회 시절부터 친하던 사이란다. 케빈황님까지 포함해 맛 삼총사로 불린다.

샹그리라님의 좋은 표정을 아내가 담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두 녀석들은 엄마한테만 지남철처럼 달라붙는다. 나도 이뻐하고 귀여워 하는데...

날이 꾸물꾸물하고 흐렸다.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비가 좍좍 내려줘야 하는데... 텐트 치고 걷을 때만 제외하면 많은 캠퍼들이 비를 반기는 편이다. 타프 밑에 앉아서 듣는 빗소리는 좋은 음악만큼이나 감미롭고 서정적이다.

참으로 가관인 우리 사이트 몰골이다. 도대체 각이니 뭐니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마 구축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사각타프는 희한한 모양의 헥사타프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데크에 난간은 왜 만들었을까...

어메니티 돔을 억지로 구겨넣었다.

개수대, 샤워장, 화장실이 모두 이 건물안에 있다. 이 건물 윗편으로는 몽골텐트, 아래쪽으로는 일반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편의시설은 무척 잘 되어 있었다. 개수대 수도꼭지엔 모두 샤워꼭지가 달려있고 쓰기 편리하게 설치가 되었다. 샤워실엔 뜨거운 온수가 펑펑 나왔다. 수세식 화장실 역시 청결했다.
시설만 좋은 것이 아니라 휴양림을 관리하는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부지런했다. 수시로 시설물을 돌아보고 청소하고 비웠다.
이런 분들 덕분에 쾌적한 캠핑이 가능하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몽골텐트장. 사진으로 보이는 규모가 거의 전부다. 그리 크지는 않다. 타프를 친 곳이 코난라나님의 사이트.
나도 도착해서 눈독을 들였던 곳인데 바로 앞에 쌓여있는 공사용 목재들 때문에 바로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코난님은 야밤에 도착해 그 많던 목재를 일일히 손으로 옮겨 치워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어떻게 그걸 손으로 치울 생각을 다 하나니... 나는 정말 놀랐다. 이분들은 다음날 등산까지 다녀왔다...
나와는 정신력과 체력의 급수 자체가 다른 분들이다.
이번 캠핑이 더욱 행복했던 것이, 사진으로만 보며 침을 삼키던 라나님의 요리를 몇가지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
해물파전, 케이준 치킨 샐러드, 그리고 도너츠. 맛은 뭐 일일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냥, 아.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코난님은 이번 치킨 샐러드의 완성도가 좀 못 미친단다.
부러운 사람 같으니라고...

아래쪽의 일반데크 야영장. 사이사이의 나무들 때문에 타프 치기가 애매한 곳이 많았다.

계곡물인데 공사의 영향인지 흙탕물이 섞여보였다. 원래는 청정지역이 맞다.

정비가 다 끝나면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콥 그릴에 불을 붙여 두번째 로스트 치킨을 만들어본다.

이번엔 럽도 더 꼼꼼히 하고 올리브오일도 발라주었다.

닭이 익어가는 동안 나현아빠님네가 준비해주신 쌀국수를 먹었다. 해장에도 끝내주는 국물맛이었다.

두번째 로스트치킨 완성. 이번엔 민준아범님의 도움으로 훈연제도 넉넉히 넣어 때깔이 훨씬 그럴싸해졌다.
맛은 뭐... 민준아범님과 케빈황님께 강력한 지름신을 강림케 했다는 것으로 갈음한다... ^^

휴양림은 바로 지천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게 무척 좋다.

번잡함을 감수하며 굳이 캠핑을 즐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풍경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캠핑 장비 소품 하나하나에도 이젠 애정이 간다.

토요일 밤엔 기대했던대로 무척 많은 비가 쏟아졌다. 지인들은 비어있던 몽골텐트 하나를 어울림의 장소로 세팅해놓고 각종 구이요리로 성찬을 베풀어주었다. 갈매기살, 통갈빗살, 차돌백이, 족발, 생물꽁치...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 양배추님이 제공하신 꽁치 해물 김치찌개는 결국 그 다음날 아침 먹거리로 이월되었다.

밤새 비가 퍼부었는데 아침이 되자 파란 하늘이 열렸다. 캠퍼들이 좋아하는 날씨 패턴이다.
밤에 한잔할 때 비오고 오전에 철수할 때 맑게 개이는...

아내가 준비해준 계란부침. 양배추님표 김치끼개와 함께 먹으니 아주 좋은 궁합이었다. 아침으로 밥을 두그릇이나 먹었다.

민준아범님네의 둘째 효준이와 우리집 윤우 두 악동의 시리즈 사진...


마지막으로 항상 남기는 가족사진 ^^
위에 언급한 분들 외에도 나현아빠님, 귄이네님, 까꿍빠님, 인어공주님네도 함께 캠핑을 즐겼다. 가족끼리만 단촐하게 다니는 캠핑도 그 나름대로 좋지만 지인들과 함께 하는 캠핑 역시 즐겁고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은 포천 쪽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춘천에서 서울가는 길의 정체가 염려되었던 것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5번국도를 타고 화천쪽으로 가다 56번 국도로 접어들어 좀 달렸는데 아내가 막국수집을 하나 발견했다.
식당 외관이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지나치려 했으나 아내가 먹고 가자고 해서 할 수 없이 들렀다.

손님도 아무도 없고, 주방에도 아무도 없다. 주인 아저씨 혼자 다 하시는 것 같은데 이 분도 뭐 맛있는 거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영 아닌 것 같아 순간 도로 가고 싶었다. 
 
별 기대없이 막국수를 둘둘 말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아뿔싸 내가 여태까지 맛 보았던 막국수 중 최고의 맛이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닌가! 허겁지겁 한그릇을 다 비우고 급기야 아연이 것까지 빼앗아 먹었다. 소문듣고 일부러 간 게 아니라 우연히 이런 맛집을 발견하면 흡사 모래 속에서 진주를 주운듯한 기분이 든다. 주방을 넘겨보았는데 공장 국수가 아니라 직접 반죽해 뽑은 국수였다.

이 집이다. 근처를 오시게 되면 지나치지 말고 꼭 드셔보시라.
주인어른께 맛을 감탄하니 우리집 처음 오셨구만... 우리 원래 단골 많어... 하시면서 씩 웃으셨다.
그나저나 이 집 막국수, 자꾸만 생각날 것 같다...


- 2008/06/27~29, 올해 여섯번째 캠핑(총24회차) -
by Bazooka | 2008/06/30 03:23 | 애 착 | 트랙백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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